한 남자가 다리를 다쳐서 입원을 해.




도시의 큰 대학병원만큼 크지도 않지만 개인병원만큼 작지도 않은


형태만 겨우 갖춘 지방의 한 종합병원.


대충 짐작이 가지?




일본도 한국처럼 지방에는 젊은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이 남자가 입원한 그곳도 다르진 않지.


입원 환자라고는 밭일하다 다친 노인들이나...


병이 깊어서 이제 곧 죽을게 정해져 버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최후에 머무르는 정도인 병원이야.




병원은, 6층짜리 성냥갑처럼 생긴 직사각형 건물에, 지하가 영안실이고, 1층부터 2층은 응급실이나 수술실, 진료실로 이루어져 있어.



3층부터 6층까지가 병실인데, 복도 끝에 엘리베이터 두대가 나란히 설치 되어 있고,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왔다갔다 하지.



이 남자가 입원 해 있는 층은 3층의 병실중에 하나인데, 입원 환자가 별로 없어서, 3층 병실만 써도 충분 하니까,



 4층부터 6층까지는 아예 쓰지 않고 있었다고해.




노인들이 많은 탓인지 의사와 간호사가 농땡이 부리는 건지 밤 9시 정도가 되면 소등을 해 버리는 병원.




소등 후에는 당직 간호사와 당직 의사 한명씩만 남는데, 그들도 당직실에서 뭘 하는지 보이질 않아.




어둠과 동시에 병원도 잠이 드는거야.




병원 안에는 흡연구역이 없어.




1층까지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면 병원 앞 화단 옆에 재떨이와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 있는데, 



거기가 그나마 제일 눈치 안보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야.



그 옆엔 캔 음료를 파는 자판기도 있지.



시골이라 밤이 되면 저 멀리 보이는 가로등 빼곤 주변이 말 그대로 암흑으로 바뀌는데, 



흡연구역은 그나마 그 자판기 불빛으로 흐릿하게나마 비춰지는 정도지.




남자는 이런 분위기라도 불꺼진 병원 속에서 노인 냄새 맡고 있는것 보단 밖에서 바람 쐬면서 담배라도 태우는게




 상쾌하니까 밤이 되면 항상 담배를 피우러 나가.








그날도 어김없이 병원은 잠들어 가고...


남자는 항상 그렇듯 담배를 피우러 나가.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마시려고 주머니에 500엔짜리 동전 하나와, 핸드폰을 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으면서 병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지.






찌익... 찌익...







짓누르는듯한 정적속에 흐릿한 불빛이 비추는 음산한 복도에 남자의 슬리퍼 끄는 소리만 울려 퍼져.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서 밑을 가리키는 화살표의 버튼을 누르지.




언제나 처럼 1층과 6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남자는, 입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땐, 쓰지도 않는 6층에 왜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나 싶어서 괜히 무섭기도 했는데, 어디선가 들은, 두대가 나란히 있는 엘리베이터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1층과 꼭대기층에 멈추게 해 놓는다는 말을 떠올리곤, 괜히 혼자서 쑥쓰러워 진 적도 있었어.






버튼을 누르면, 항상 그렇듯 6층에 멈춰있던 오른쪽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띵!" 소리와 함께 3층에 멈춰서 문이 열리지.






1층에 내리면 대합실이 보이는데


소등 후엔 비상구를 가르키는 녹색등 하나만이 쓸쓸하게 켜져 있어.





남자는 희미한 녹색으로 물든 대합실의 의자를 잘 피해서 수많은 손자국으로 더러워진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찌익... 찌익... 찌익...



바깥으로 나와도 복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슬리퍼 끄는 소리만이 들려.



마치 이 공간속에 살아있는건 남자 하나밖에 없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둠과 정적은 비 현실적이야.



남자는 매일밤 흡연구역의 자판기 불빛을 보고, 몽롱한 밤 속에서 처음으로 현실감을 찾아.



어머니 품처럼 안도감이 느껴지는 자판기에.. 가지고간 500엔짜리 동전을 넣고



120엔짜리 캔 커피를 뽑아서 그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 앉아 담배에 불을 붙여...



핸드폰을 들여다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그런데, 그날은 날이 좀 추워서인지 몇분 안돼서 몸이 좀 썰렁 해 지더래.




속으론 너무 일찍 들어가기 싫어서 더 있을까도 했지만, 괜히 감기나 걸리면 




매일밤 이짓도 못하게 되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지... 라고 생각하고 투덜거리면서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







찌익... 찌익... 찌익...







남자는 슬리퍼를 끄는 발도 꽤 시릴 정도로 쌀쌀했던 날씨에 조금 놀라면서 종종걸음으로 대합실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서,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 버튼을 누르고...



항상 1층에 멈춰 있는 왼쪽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릴거라고 생각하고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앞에 섰는데 문이 열리질 않는거야.






...왜 안열리지?







이상하게 생각한 남자는 엘리베이터가 몇층에 멈춰 있는지 올려다 봤는데, 언제나 처럼 왼쪽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있는데도 문이 열리질 않아...





왜 안열리지... 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신경질적으로 버튼을 누르는데...





방금 올려다 봤을때 아주 잠깐 시야 구석에 들어왔던 오른쪽 엘리베이터를 표시하는 글자가 몹시 위화감이 들어...






B1




...응!?






지하 1층이면 영안실인데... 누가 돌아라도 가셨나...?





몸은 식어서 으슬거리는데, 깜깜한밤에 영안실층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가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들고...



 빨리 병실로 올라가고 싶어진 남자는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버튼만 누르기 시작해.




...망할... 다리만 안 다쳤어도 계단으로 올라가는건데...



...1층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는 도대체 왜 안열리는거지!?




라고 초조하게 버튼을 누르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때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필 지하1층에 멈춰 있던 오른쪽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띵!"







불안해 하는 남자와는 달리, 당연하다는듯 한층을 올라와서 문을 여는 엘리베이터...





다행히 엘리베이터에 이상한 점은 없었고, 항상 보던 엘리베이터라서 



남자는 망설이면서도 얼른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








3층을 누르고...







또다시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올라가...






1F






2F








3F






...안도하며 내리려는 남자의 기대와는 달리 "띵!"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4F






5F





6F







"띵!"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의 불빛이 비치는 1미터 정도 범위 보다 먼곳은 마치 영원처럼 까맣기만 한 복도...











이 이해가 안가는 상황에 극도로 불안해진 남자는 숨이 거칠어져...













...버튼을 잘못눌렀나...



...고장이 났나...



...왜 이러지...






다시 3층 버튼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질 않아.






...굴러서라도 계단으로 내려가자...






긴장과 스트레스로 미쳐버릴것만 같은 이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나머지 엘리베이터 옆의 비상 계단으로 눈길을 돌린 순간!!








........꺄하하........







들릴듯 말듯 귓가를 스치는 소리...






그리고는 어둠 속의 복도 멀리서 부터 들려 오는 또다른 소리...




맨살과 바닥이 경쾌하게 부딪히는 소리...







......탁탁탁탁......









'뭔가가 나를 향해 맨발로 달려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자기를향해 다가온다는 불안감...


메슥거리는 무언가가 뱃속에서 터질것만 같은 불안감...


불안감은 눈꺼풀을 덮치고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아.








또다시 정적...









남자가 거칠은 숨소리를 좀 고르고... 조심스레 눈을떠서... 몸을 움직여 도망치려 하지.








그순간





























꺄하하하하하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 아이만 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 남자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남자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뒤로 쓰러져 기억을 잃어버려.




...음!?






정신이 든 순간 괴성을 지르면서 이불을 박차고 몸을 일으켜.





...아...꿈이었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눈부시게 밝은 아침인데다가, 자신의 병실을 청소하고 나가던 청소부 아주머니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고 깬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꿈이었네...








...다행이다...






꿈이라곤 해도 꿈속에서 부딪혔다고 생각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 들고



아직도 그 꺄하하하하 하는 소리도 아직 귓가에 맴돌 정도로 꿈이 너무나도 생생한 데다가... 



또 앞으로도 계속 입원해야할 병원인만큼 기분도 찝찝한거지...






남자가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얼굴을 만져보고 세수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인 순간...









짤랑







...주머니에서 나온...








380엔










그리고









귓가에 맴도는...







아니, 내 등뒤에서 들리는...













꺄하하하하하하!!!!!!!!!!!











Posted by 쌈무이 ssamm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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