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특히 겨울바다를 좋아하죠. 물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까요.

 

 

오늘 저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바다에서 있었던 일 하나를, 제보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이지......

 

 

 

 

20대의 어느 여름 날.

 

 

놀러가고 싶다고 조르는 친구에게 끌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멀미때문에 차도 싫고, 사람 많은 곳에서 물놀이 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수영을 못합니다. 물에 들어가길 싫어하니 배울 기회도 없었죠.

 

 

하다못해 친구처럼 비키니가 어울리는 몸매도 아니고...정말 죽을맛이었죠.

 

 

 

그래도 도착해서 바다를 보니, 가슴이 탁- 트이더군요.

 

 

몇 시간이고 그렇게 바다만 보고 있으면 좋았겠지만...

 

 

예상대로, 발디딜 틈도 없을만큼 백사장을 꽉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친구와 저는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얕은 물에서 놀자고 약속을 하고 파도를 넘으며 깔깔대고 노는데...

 

 

파도가 점점 높아지더군요. 허벅지에서 찰랑거리던 파도가 어느새 허리까지 넘실대는 겁니다.

 

 

슬슬 불안한 마음에 돌아서 나가려는데, 친구가 장난끼 가득한 눈으로 갑자기 제 팔을 꽉!

 

 

잡더군요. 눈 앞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는...순식간이었습니다. 친구가 제 팔을 놓친겁니다.

 

 

 

파도에 떠밀려 물 속을 데굴데굴 뒹구는데......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죠.

 

 

본능적으로 물 속에서 눈을 떴는데 그때! 저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눈 앞에......머리카락이 미역처럼 울렁울렁 물결을 따라 흐트러진,

 

 

창백한 여자의 머리가...저를 똑바로 노려보며 히죽거리고 있는 겁니다!

 

 

평소 때라면 몰라도 벌건 대낮에, 그것도 물속에서 귀신이라니!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제 발목을 꽉! 잡아 채더니 사정없이 당기는 겁니다.

 

 

그 엄청난 힘이란! ...사람이 이래서 물에 빠져 죽는구나...싶었습니다.

 

 

 

몸이 뒤집혀 일어서지도 못하던 저는 너무 놀라, 단지 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귀신의 머리카락을 확! 휘어잡아 있는 힘껏 누르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물 밖으로 나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콜록대고 있는데,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친구가 파랗게 질려 연거푸 사과를 하더군요.

 

 

 

 

여자친구: "미안하다! 내가 잡고 있었는데...미안하다, 괜찮나? 진짜 미안, 잘못했다."

 

 

 

 

저는 너무 화가 났지만 숨쉬느라 말 할 겨를도 없었죠.

 

 

바닷물을 삼키고 파도에 휩쓸린 것은 그렇다쳐도, 기껏 놀러와서 귀신을 보다니......

 

 

그렇게 숨을 고르며 해변가로 나오는데 뒤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겁니다.

 

 

그 와중에 또 무슨 일인지 돌아본 저는, 숨을 헉!하고 삼켰습니다.

 

 

물 속에서 본 귀신이...거기에! 있었습니다.

 

 

 

얼굴에 긴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붙은, 큰 튜브를 목에 걸친 여자가...

 

 

물속에서 귀신을 봤다고 엉엉 울고 있는 겁니다. 설마...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귀신이 자기 얼굴을 모래바닥에 쳐박아서 숨도 쉴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겁에 질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죽을 뻔 했다고...울고 있는 겁니다.

 

 

 

...................

 

 

 

...똑같은 타이밍에, 똑같이 물속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던 두 여자는,

 

 

서로를 귀신으로 착각했던 겁니다. 여자의 목에 걸린 큰 튜브에 몸이 가려져서

 

 

하마터면, 제가 사람을 죽일 뻔 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차마 괜찮냐, 미안하다 라는 말을 못했습니다만,

 

 

사실, 뭔가 좀 억울했죠. 그 여자는 긴 머리와 튜브 때문에 제가 착각했다쳐도...

 

 

어째서 그 여자는 머리도 짧고 튜브도 없는 저를, 귀신으로 착각했던 걸까요?

 

 

물 속에서 제 표정이 어땠길래...? 말이죠.

 

 

생각할수록, 오싹하고도 찝찝하고...억울했던,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었습니다.

 

 

<출처 :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ssammui.tistory.com) / 제보 : 유키님>










Posted by 쌈무이 ssamm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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