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은 남동생이 현재까지 겪고 있는 가위눌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보내드린 세 번째 사연, 즉 사촌동생의 '예고된 죽음'과 연관이 있으며

실화와 추측을 바탕으로 쓴 글임을 앞서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일곱 번째 이야기 – 귀신에 의한 가위눌림

 

 

저희 가족은 모두가 기독교인이지만,

구성원들이 각자 따로 따로 기독교인이 된 좀 특이한 경우입니다.

 

저처럼 어떤 특이한 경험을 토대로 기독교에 발을 들인 가족이 있는가 하면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기독교인이 된 사람도 있고,

인생의 과오를 돌이켜보며 뉘우치다 기독교인이 된 가족도 있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선데이 크리스찬으로 살다가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진심으로 믿게 된 경우인데, 그 사건이란 바로 제 사촌동생의 죽음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은 간접적으로나마 사촌동생의 죽음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할머니들과 점쟁이를 찾아가 가까운 가족의 상을 치르게 될 거란 말을 들었고,

그 후 사촌동생은 남동생이 머리를 숙여 피한 공을 따라가 잡으려다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할머니들은 그 이후 점쟁이를 만나 사촌동생의 죽음을 숨긴 체 점쟁이에게 사촌동생의 팔자를

점치게 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언급하자 점쟁이에게 온갖 욕설을 들으며 쫓겨났었죠.

 

이 일이 있은 지 4년이 지난 후부터 남동생은 심한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 중에 가위에 눌려본 사람은 제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딱 두 번이었고 귀신 같은 것은 나타난 적이 없었습니다.

제보했던 첫 번째 사연에서 나오는 여자 귀신의 경우, 제가 몸을 움직일 수 있었기에

가위눌림 경험에서 제외하고 말이죠.

 

사실 가위눌림은 귀신으로 인한 경우보다는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의학적으로는 비몽사몽 간에 현실과 어떤 무서운 꿈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반드시 귀신이 나타나지는 않고, 어떤 무서운 경험을 한다고 하는데,

보게 되는 것은 매번 다르다고 하더군요.

의사인 여동생은 이를 장기나 생체 리듬에 이상이 생겼을 때

몸이 당사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 같은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남동생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가위에 눌릴 때면 두 명의 귀신, 정확히는 여자 귀신 하나와 남자 귀신 하나가

따로 나타나 누워있는 남동생에게 이상한 말을 하며 목을 조르며 괴롭혔고,

남동생은 신음을 하다가 땀에 젖어 깨어나곤 했습니다.

 

남동생이 처음으로 가위에 눌린 것은 이병 때, 2사단에서 카투사로 군복무 할 때였습니다.

 

남동생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바닥을 빗자루로 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함께 방을 쓰는 미군이 야밤에 바닥에 뭔가를 쏟아 빗자루로 쓸고 있나 보다 했던

남동생은 방 안의 불이 한 개도 켜져 있지 않은 것을 느끼고 실눈을 떴다고 합니다.

잠결에 뜬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 맡에서 이쪽 저쪽을 왔다 갔다 하는 하얀 물체.

 

희미하게 보이는 어두운 방 안에서 남동생은 그 물체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전신이 마비 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눈과 입술이었고, 목소리도 뭔가에 막힌 듯 아주 미세하게

쉰 소리처럼만 낼 수 있었습니다.

 

남동생은 문득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전자 알람 시계를 보기 위해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손 한 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광기가 서린 짙은 검은 눈동자.

초점이 없으면서도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선과 무표정한 얼굴.

전반적으로 어둡고 싸늘한 느낌을 주는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고 하더군요.

 

여자와 마주친 순간 남동생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처음으로 눌려보는 가위에 처음으로 대면하는 귀신 같은 형체.

 

그렇게 한참을 남동생을 응시하던 여자 귀신을 갑자기 손을 뻗어 남동생의 머리채를 움켜쥐고선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아니, 몸을 일으켰다기 보다는 응시하는 자세 그대로 솟아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몸을 다 일으킨 여자는 여전히 머리채를 잡은 체로 동생의 가슴 위로 올라가

쪼그려 앉고선, 다른 한 손으로 남동생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내게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것 같았어?

곱게 죽지 못해  곱게 죽지 못해…"

 

여자의 손아귀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남동생은 숨을 거의 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남동생은 필사적으로 입을 움직이며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 !"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남동생은 귀신의 손아귀에서 힘이 풀리며 숨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귀신이 갑자기 머리채를 놓고 양손으로 다시 강하게 남동생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금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낀 남동생은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 주여! 주여 도와주소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귀신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남동생은 더욱 더 힘을 내어 주기도문을 외웠습니다.

 

목을 조르며 찌푸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귀신은 갑자기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 손을 들어

동생의 입 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이 광경에 동생은 "예수의 이름으로 명한다…  저리 가..  물러가…" 라는 말을 외친 후

입 속으로 들어와 혓바닥을 잡으려는 귀신의 손가락을 깨물었습니다.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빨이 손가락을 관통하여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귀신은 곧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남동생은 탁자 위의 램프를 켜고 방을 둘러보았지만, 그 여자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방을 같이 쓰는 미군의 코고는 소리만 들려왔다고 하더군요.

 

악몽을 꾼 거라고 생각하며 동생은 램프를 켜놓은 체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현실 같았던 그 끔찍한 꿈과 방금 본 여자 귀신이 한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왜 이러는 거지진짜로 귀신이 꿈 속으로 찾아온 건가?

내가 사귀었던 애들 중에서 내게 앙심을 품고 자살이라도 한 거야?"

 

남동생은 가수 비와 비슷한 얼굴에 헬스로 몸이 잘 다져진 스타일입니다.

재학 중이던 대학에서는 '정치외교학과의 킹카'로 불렸었죠.

사귀었던 여자들의 수는 제가 기억하는 것만해도 10명이 넘고,

그 여자들 대부분이 같은 대학이나 타 대학에서 퀸카 소리를 듣는 여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동생은 다시 잠에 들었고, 그날 밤에는

더 이상 가위에 눌리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몇 달 후, 다시 가위에 눌린 남동생은

그 여자와 힘겨운 사투를 또 한번 치렀고, 그 후에 또 한번 가위에 눌려 시달린 끝에

결국 제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 나한테 귀신이 붙은 거 같아"

 

"? 그게 무슨 소리야귀신이라니?"

 

"몇 달 전부터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는데, 가위에 눌릴 때 여자 귀신이 나타나서

자기한테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면서 가슴에 올라타 내 목을 조르고 있어.

내가 사귀다 차버린 여자애들 중 하나가 죽은 게 아닐까 싶은데, 잘 모르겠어."

 

"여자 얼굴은 봤어?"

 

"끔찍했어."

 

"아는 얼굴이야?"

 

"잘 모르겠어아니, 지금 생각해보니까 본 적이 없는 여자 같아.

지금껏 사귀었던 애들도 헤어진 것 외에는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

그런데 그 여자는 날 아는 거 같더라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일단 잠자리에 좀 일찍 들어보고, 같은 방 미군한테 니가 악몽을 심하게 꾸니까

신음소리가 들리면 좀 깨워달라고 부탁해널 위해서 기도해줄게.

흔들리지 말고 마음 굳게 먹어만일 또 보게 되면 주기도문을 외우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쫓아내봐"

 

", 알았어저기, 엄마한테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알았지?"

 

그날부터 남동생은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저는 가위에 눌린다는 동생을 위해

한동안 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를 했습니다이후에 그 여자가 한번 더 나타났지만,

남동생의 목을 조르거나 하지는 않고, 멀찌감치서 노려만 보다가 사라졌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여자는 남동생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물러간 이후, 남동생은 제대를 몇 주 앞두고 다시 가위에 눌리며

또 다른 귀신에게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남동생은 이 귀신에 대해서는 제게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고, 그냥 아직도 가끔 가위에 눌리며

귀신을 본다고만 말했었죠.

 

저는 그냥 동생 몸이 허해져서 가위에 눌리고 무서운 걸 보는가 보다 했습니다.

 

여동생이 가위눌림은 그냥 몸이 안 좋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신체적 경고일 뿐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생각을 갖는데 일조했고요.

 

하지만 남동생의 가위 눌림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눌리는 정도도 점점 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며 방 문을 잠그고 자던 남동생이 어느 순간부터는 방 문을 닫아주려 하면 

기겁을 하며 "안 돼방 문 닫지 말고 열어놔!" 라며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4학년 여름 방학 때 남동생은 여동생의 방에서 낮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습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어머니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남동생이 들어가 자고 있는

여동생의 방 문을 열었는데, 땀투성이로 신음하며 부릅뜬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는 동생을

목격했습니다.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며 다급한 마음으로 외쳤습니다.


"재호야, 왜 그래어디 아파?!"

 

이윽고 남동생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습니다.

", 아냐, 엄마그냥 나쁜 꿈을 꿔서 그런 거 같아."

 

그 말에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남동생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말했습니다.

 

"에휴…  몸이 쇠약하고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보네취직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해"

 

"알았어, 엄마걱정마."

 

"그래그럼 세수하고 밖에 좀 나갔다 오던가, 다시 잠 좀 자둬."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 후에 방을 나서며 문을 닫으려 하셨습니다.

그때 남동생이 갑자기 이렇게 외쳤습니다.

 

"문 닫지마!!"

 

어머니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 알았어"라고 하시며 문을 약간 열어둔 체 나가셨죠.

 

어머니로부터 그 일에 대해 전해 들은 저는 남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 요새도 심하게 가위에 눌리고 그래또 그 여자 귀신이 나타나?"

 

그러자 남동생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니, 그 여자 귀신은 더 이상 안 나타나… 

지금은 한복을 입은 어떤 젊은 남자가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데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꽉 붙잡아 입가와 코를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졸라."

 

"아는 사람이야어떻게 생겼는데?"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키는 나 정도 되는 거 같고 준수하고 단정한 외모야.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말이야남자의 눈빛과 분위기는 소름이 돋고 오한이 일어."

 

"너 그래서 요새 잘 때 문 닫지 말라고 하는 거야?

문을 열어두거나 누가 들어오면 그 귀신이 사라져?"

 

"그게전에는 그랬는데, 오늘은 좀 달랐어.

낮에 가위에 눌릴 때 마침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거든.

마비가 풀리고 악몽에서 깨어난 줄 알고 안심했는데, 엄마가 나가면서 문을 닫으려 할 때

그 남자가 엄마의 시선을 피해 문 뒤쪽에서 실실 웃으며 날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어.

난 분명히 깨어있었는데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결국 여동생에게 가족들 모두 종합검사 좀 하자며

빨리 할 수 있도록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 예약 좀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한때 외무고시를 준비하면서 저는 고시촌에서 가위에 눌리거나 정신이 이상해지는

수험생들을 몇 명 봤습니다대부분 간이나 췌장이 안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정신과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였는데, 남동생도 혹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었죠.

 

아니나 다를까, 검사 결과 남동생의 간에서 두 개의 혹이 발견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암으로 발전하는 악성 종양이 아니라,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지금 상태와 크기를

유지하며 박혀 있는 용종이라고 하더군요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일종의 간 선종으로

간세포에서 생기는 양성종양인데, 대부분은 증상이 없고 치료도 불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가족들은 남동생에게 술을 피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며,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해소하라고 당부했고, 남동생은 알았다고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남동생의 가위 눌림에 대한 얘기를 꺼내게 되었는데,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어머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하는 그런 얼굴이었죠.

저는 이 변화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그래?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재호는 모른다는데, 혹시 엄마가 아는 사람이야?"

 

"아니, 안다기 보단…  니가 말한 여자는 잘 모르겠는데,

방금 재호의 꿈에 나타난다는 그 젊은 남자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민구 죽기 전에 찾아간 점집에서 본 어떤 신들린 남자가 떠올라서

멀쩡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는데, 신들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너무 안타깝더라고.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한 남자였는데, 어쩌다 그렇게 신들려가지고

젊은 나이에 인생 버리게 되었는지…. 에휴불쌍하더라 진짜.

근데 불쌍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남자를 보면서 웃음이 자꾸 실실 나오는 거 있지.

마음은 안 그랬는데, 그 남자를 보면 자꾸 비웃음 비슷한 웃음이 나오는 거야."

 

"그 가냘픈 목소리를 내던 신들린 남자를 말하는 거야?!

엄마 설마 또 그 점쟁이 찾아간 거야? !?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얘는 무슨 소리야그때도 말했잖아민구 죽고 나서 할머니들이 억지로 끌고 갔지만

점쟁이는 날 방에 못 들어오게 해서 마주치지도 못했어할머니들도 얼마 안 있어

죽은 사람 팔자를 점치게 했다는 이유로 쫓겨났고.

그 후로 그 점쟁이랑은 만난 적도 없고, 들은 것도 없어."

 

엄마와 외할머니, 그리고 이모 할머니가 찾아갔던 그 점쟁이 일당.

그 중 신들린 남자는 여자 귀신이 들어갔는지, 가냘픈 목소리를 냈다고 했습니다.

 

사촌동생인 민구가 죽고 난 후, 할머니들이 민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안 하고

그 신들린 남자와 함께 있던 점쟁이에게 민구의 점을 치게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쫓겨난 것이 그들을 본 마지막이었죠.

 

저는 이 이야기를 남동생에게 할까 하다가, 사촌동생의 사고 때처럼

엄마와 또 크게 싸울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부터 밤에 제 방 문을 열어놓고, 동생 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남동생은 6일 후 밤에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동생 방에서 "…"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동생 방으로 들어갔는데, 남동생이 식은 땀을 흘리면 신음하고 있더군요.

 

저는 곁으로 다가가, 남동생의 오른 손을 저의 두 손으로 꼭 감싸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남동생은 숨을 고르게 쉬더니,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죠.

 

그렇게 몇 날 밤이 지나가며, 남동생의 안색이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습니다.

 

남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고, 저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약속이 있다며 외출했던 터라 남동생 혼자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4시쯤에 돌아왔는데, 대문을 열자마자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윽!! !! !! !!"

 

저는 가방을 팽개치고 얼른 뛰어들어가 남동생을 찾았고, 방에서 부릅뜬 눈으로

신음하고 있는 남동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재호야, 왜 그래?!"

 

남동생은 부릅뜬 눈으로 제가 열고 들어온 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예전에 남동생이 해준 말이 기억이 나서 방 문을 닫아 재치며

문 뒤쪽을 보며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싸늘한 뭔가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저는 박차를 가해 주기도문을 끝까지 다 외웠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남동생을 돌아보는데, 남동생의 시선이 이번에는 문 쪽이 아닌

천장 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저는 다시 천장을 보며 주기도문을 외웠습니다.

 

남동생의 시선은 계속해서 움직였습니다문에서 천장으로, 천장에서 다시 벽 쪽으로 향하더니 나중에는 사방으로 바쁘게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안 되겠다 싶어, 남동생 곁으로 바짝 붙은 후 외쳐댔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로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내 몸이 주의 성전이요, 성령께서 내 안에 거하시니, 주께서 내 눈으로 볼 것이며

너를 단죄하시리라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곳에서 썩 물러갈지어다!"

 

이렇게 생각나는 성경 구절을 마구 섞어 외쳐대자

남동생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나약한 목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더군요.

그리고 이를 본 후 저도 남동생과 같이 주기도문을 외웠습니다.

 

동생은 곧 가위에서 풀려나 상체를 일으켰고, 저는 그런 동생을 보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제 때에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다…"

 

남동생은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그 사건 이후, 남동생은 더 이상 가위에 눌리지 않았습니다.

 

1년 후 남동생은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KOTRA라는 공사에 들어가 아버지의 직업을 이었고,

2년이 더 지나서는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로 발령 받아 4년간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근무하는 남동생은 매년 휴가 때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일주일을 함께 지낸 뒤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갑니다.

한국에 오면 그간 못 먹은 음식과 즐기지 못한 온라인 게임을 실컷 하다가 다시 출국하죠.

이 때는 저도 남동생과 노느라 밤낮이 바뀌어 버리고요.

 

그런데 올해 2월 말에 남동생이 한국에 들렀을 때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 남자 귀신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   아르헨티나에 가니까 다시 나타났어.

가위에 눌려도 날 공격하거나 하진 않아서, 괴롭지도 않고 이젠 그다지 두렵지도 않지만,

가끔 나타나 거리를 두고 날 쳐다보면서 중얼거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은 모르는 거야' 라고 말이야."

 

그 남자 귀신은 아직 완전히 떨어져나가지 않았고,

최근에 있었던 종합검사 결과, 동생의 간에는 용종이 하나 더 생겨 있었습니다.

 

최근 할머니에게 들어 알게 된 건데, 그 신들린 남자는 마지막으로 찾아간 날로부터

4년이 지난 후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 소식도 할머니가 함께 있던 여자 점쟁이를 찾는 손님을 통해 최근에 알게 된 것입니다.

 

남자의 사인은 모르고, 또 죽게 된 이유가 할머니들이 죽은 사람의 팔자를 점치게 한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동생에게 아직까지 끈질기게 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자 귀신이

엄마가 불쌍하다고 여겼던 그 젊은 신들린 남자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그 인간, 여자 귀신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아주 호강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을 품고 죽어서까지 남동생을 괴롭히진 않을 테니까요.

 

자기에게 들어가 있던 여자 귀신도 순순히 물러났는데, 저 혼자만 떨어지지 않고

멀리 해외까지 남동생을 쫓아가 집착하는 모습에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하필 할머니들이 아닌 남동생에게 붙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 간에 문제가 있던 남동생에게 붙는 게 더 쉬워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이와 관련해 뭔가 아시는 분은 귓말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담이지만 성경에서는 주께서 점치는 행위를 혐오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영매술을 이용한 점성술, 즉 어떤 영을 부르거나 받아들여 자신이나 남의 이득을 위해

미래를 점치는 것은 매우 가증스럽고 또 위험한 행위라고 언급합니다.

 

애초에 이런 점쟁이가 받아들이게 되는 영 중에서 좋은 영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죽어서 안식에 들어야 할 영이, 그러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누군가에게 들어가려는 것 자체가

그 영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사람의 몸에 들어간 영은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의 정신을 잠식하고,

자신의 한을 풀거나 욕심을 채우거나, 그도 아니면 악행을 일삼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연을 마지막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 이야기들을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더 이상 들려드릴 실화가 없고, 또 지어내는 이야기는 잘 써지지가 않습니다.

 

그 동안 제 사연을 실감나고 무섭게 잘 읽어주신 BJ쌈디님께 감사 드리고,

또 쌈디님의 방송을 통해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신 시청자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P. S. -

이야기 이후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같은 차두리 드립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 제보자 : 쌈무이폭션님>











Posted by 쌈무이 ssamm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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