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일어난 심령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직접적으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대학교 선배에게서 들은 실화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사자(死者)의 피를 먹은 나무


제가 다녔던 대학교는 포항에 있는 OO대학교로, 묘지로 쓰이던 언덕 위에 세워진 학교입니다.

그래서인지 학교 설립 후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심령현상과 빙의현상이 일어나곤 했었죠.


학교 측에서는 입 단속을 시키며 이런 일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이 이야기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곤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러 학생들이 직접 겪어 많은 말들을 자아냈던 현상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공대 건물 6층, 도서관 앞에 놓여 있던 어떤 화분의 귀신 이야기였습니다.


학교를 짓기 위해 묘지로 쓰이던 이 언덕을 매입한 후, 학교에서는 기존의 묘들을 이장하기 위해

학생 봉사자들을 동원했습니다. 

학생들이 묘를 이장하기 위해 삽으로 무덤을 파고,

무덤 안의 관을 열 때 관 뚜껑 안쪽을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발견되기도 했고,

뜬 눈으로 관을 연 사람을 쳐다보는 시체도 발견되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많이 있었죠.


이런 묘 중에서 특히 기억되는 묘가 하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묻힌 듯 봉긋하게 솟아있었지만, 관 없이 그냥 묻혀진 시신의 묘였습니다.

이 묘를 발견했을 때 학생 봉사자들을 지도하던 담당자는 잠시 고민을 했다고 하더군요.

어떤 가난한 사람이 관을 살 돈이 없어 가족의 시신을 삼베로만 말아 묻은 것일 수도 있지만,

포항 조직 폭력배들이 누군가를 죽인 후 몰래 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죽어 거의 뼈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원미상의 시신에 대해 경찰에 신고해봤자

수사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괜히 진행 중인 일만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어 

담당자는 그냥 누군가가 관 없이 묻은 것이라 여기고 넘어갔다고 합니다.


담당자는 시신을 거두어 신원미상의 묘로 따로 처리하겠다 했고, 학생들은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어디선가 교수 한 분이 오시더니, 화분으로 옮겨 심을 만한 묘목이나

꽃나무를 찾는다며 학생들에게 혹시 괜찮은 꽃이나 묘목을 보지 못했냐고 물었습니다.

학생들 몇 명이 꽃이 많은 근방 언덕을 가리키며 대답하였습니다.


"저쪽에 가시면 꽃이 많이 피어있는데, 그쪽에서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눈에 띄는 묘목이나 꽃은 없고, 대부분 무덤뿐입니다"


교수님은 "그렇구나. 고맙다. 수고들 해" 하며, 그 동산으로 발걸음을 돌리시다가

곧 걸음을 멈추시더니 한 곳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 저 나무는 뭐지? 모양새가 꽤 괜찮은데?"


교수님이 가리킨 그 나무는 아까 발견된, 신원미상 시신의 묘 옆에 있던 어린 나무였습니다.

누군가가 심은 것 같진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자라난 어린 나무였죠.


"교수님, 괜찮아 보이는 묘목이긴 하지만, 묘 옆에 있던 나무인데

화분용으로 쓰기에는 좀 꺼림칙하지 않습니까?"


이에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미신 같은 거나 믿고… 그냥 들에서 자라는 식물이 어쩌다가 묘 옆에

뿌리 내리고 자라게 된 거지, 꺼림칙하긴 뭐가 꺼림칙하다 그러냐. 난 저게 참 괜찮아 보인다.

이리 와서 학교로 가져 갈 수 있게 자루에 좀 담아줘."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삽으로 그 어린 나무를 파헤쳐 교수님이 들고 계신 자루에 담았고,

교수님은 그 나무를 학교로 가져가, 화분에 옮겨 심은 후 공대 건물 6층에 있는 도서관의

입구와 화장실 사이에 있는 공간에 놓아 두었습니다.


이야기의 심령현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공대 건물의 6층 도서관은 공대생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도서관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보통 이 도서관을 기숙사 점호 시간인 11시까지 이용하였고, 이후에 남아

더 공부할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점호를 마치고 사감에게 허락을 받은 후 돌아와

새벽 1시까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학교에서는 전기를 아낀다며 격 층으로 공대 건물 계단의 불을 켜 놓았고,

도서관 입구의 등은 밤 9시가 되면 딱 하나만 켜놓고 입구의 다른 등들은 모두 소등하였죠.

그리고 그 화분이 놓인 자리는 불이 희미하게만 닿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화분을 놓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귀신을 보고 혼절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 명의 여학생이 그 나무 사이로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기절했고,

한 명의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다가 귀신을 보고 거품을 물며 기절을 해버린 것이죠.

남학생은 이 이야기를 들려준 선배와 같은 방을 쓰던 친구였는데, 그의 말은 이랬습니다.


"내가 도서관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고 있는데, 소변기 위에 있는 화장실 창문 밖으로

뭔가 '스윽 스윽'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저게 뭔가 하고 오줌을 누면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 움직이던 것이 갑자기 창문 앞에서 딱 정지하며 날 노려보는 거야. 그건 다름 아닌…

어떤 남자의 머리였어!"


화분이 들어선 한달 후에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는데, 이 여학생은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서 호흡이 멎은 체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근방에 학생들이 있었기에

여학생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다시 호흡이 돌아왔지만,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 여학생의

언니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학교 행정실에 찾아가 주임에게 따졌습니다.


"아니, 학생들 다섯 명이 그 나무 때문에 귀신을 보고 혼절했는데, 도대체 왜 그 나무를


계속 도서관 입구에 방치하는데요? 그런 불길한 나무는 밖으로 가져가서 태워야죠!"


말도 안 되는 항의로 여겨질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행정실 주임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심령현상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 피해 학생의 언니가 한 말을 그냥 무시하지 않고

교수님들에게 말을 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언니의 항의가 있은 지 일주일 후, 결국 학교에서는 알바하는 학생들을 시켜

그 나무를 밖으로 가져가 태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 항의하여 나무를 불태울 것을 요구한 그 피해 학생의 언니는

몇 일 후 여자 기숙사 샤워실에서 전신에 화상을 입고 쓰러진 체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선배의 말은 이랬습니다.


"그날은 보일러 실에서 문제가 생겨 모든 기숙사 샤워실에서 겁나 뜨거운 물이 나와서

나도 잘 기억하고 있지. 하마터면 나도 데일 뻔했거든. 찬물을 틀어도 뜨거운 물만 나오더라고.

그런데 그날 그 여자 애가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샤워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샤워하러 들어온

다른 여학생이 발견했던 거야.

구급차가 기숙사 앞까지 오는 등, 아주 말도 아니었지. 그 애 방순이들 말에 따르면

갑자기 뜨거운 물을 맞아서 쓰러진 거라고 하는데, 그게 어디 말이 되야 말이지.

사람이 뜨거운 물을 맞으면 '앗 뜨거!' 하면서 반사적으로 피하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앗 뜨거!' 하면서 계속 그 자리에 서서 기절할 때까지 물을 맞고 있냐고.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학생들은 여자 애가 얼마나 둔했으면 피하지도 못하고

멍청히 서서 계속 뜨거운 물을 맞고 있었냐며 비웃었지만, 난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지. 그런데 3학년 올라가서 그 여자애 동생과 같은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학교에 항의를 하여 그 나무를 태우게 만든 여학생은 물을 틀고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나와 여학생이 놀라서 피하려 했는데, 발이 뭔가에 붙잡힌 듯

다리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다급함과 고통 속에서 여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뜨거운 물을 끄고 찬물을 틀었지만, 뜨거운 물만 계속해서 나왔고,

그냥 물을 끄려고 하자 샤워실 불이 갑자기 꺼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여학생은 어둠 속에서 살려달라며 떠나갈 듯 비명을 지르고 절규했지만,

외침을 듣고 달려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얼마 후 기절해버렸습니다.

전신 곳곳에 깊은 2도 화상을 입은 그녀의 몰골은 끔찍했습니다.

온몸이 마치 불 판에 막 올려놓은, 설익은 고기 빛깔을 띄고 있었죠.


선배는 문제의 나무를 밖으로 가져가 태운 학생들 중 한 명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찾아가

혹시 태울 때 이상한 일이 없었냐고 물어봤는데, 그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상한 일이 있었지. 나무를 태우는 데, 막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며 시커먼 연기가 나는 거야.

그 냄새가 어찌나 지독하던지, 어휴… 그뿐만 아니라, 그 나무 잘 타지도 않았어.

불 위에 올려놓고 태웠는데도 결국 다 타지도 않았거든.

나중에 보일러실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안 탄 부분은 그냥 땔감 쌓아둔 곳에 올려두었어.

아, 맞다. 그때 불 지를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보일러실 뒤쪽에서 나무를 태웠어."


당시 학교에서는 온수와 난방을 위해 현대식 보일러와 함께 화목보일러도 함께 가동했는데,

뜨거운 물만 펑펑 나오던 그날, 근처에 쌓아 두었던 땔감이 화목보일러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일련의 비운적인 사건의 연속인지,

아니면 깊은 원한을 갖고 죽은 어떤 인간의 미쳐버린 혼령의 소행인지 모르지만,

만일 귀신이 이렇게까지 크게 일을 벌일 수도 있다면, 좀 조심해야 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공대 도서관 앞 화분'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그 출처를 아는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바로, '사자(死者)의 피를 먹은 나무'로 말이죠.

장사 지내졌는지, 아니면 산 체로 묻혀졌는지도 확실치 않은

그 이름 모를 시신의 피를 먹고 자란 끔찍한 나무의 이야기였습니다.

 

<출처 :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 제보자 : 쌈무이폭션님>









Posted by 쌈무이 ssamm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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